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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록/영화 드라마

Life of Pi | 어떤 진실을 믿을 것인가

by 홍차23 2020. 11. 23.

  ‘라이프 오브 파이’를 봤다. 인도의 파이라는 소년이 뱅골호랑이와 함께 태평양을 표류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로 알고 있었는데, 최근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영화에 대한 얘기가 나와서 보게 됐다. 

 

  선택. 믿음은 결국 선택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끝없는 의심을 통해 믿음이 공고해지기도 한다. 파이는 여러 신을 믿는 것을 선택했고,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함께 살아남기를 선택했다. 물밖에 없는 망망대해에서 홀로 떠다니는 구명보트 한 척, 그리고 그 위의 거리를 유지한 채 표류하는 파이와 리처드 파커. 

 

  물로 가득한 바다라는 공간이 때로는 파도와 폭풍우 속에서 자연의 거대한 힘 속 인간의 무력함을 느끼게 하기도 하고, 쉴 새 없이 몰아치다가도 마치 거울의 표면처럼 잔잔해져서 황금빛 태양과 하늘이 반사되는 모습은 저절로 신을 찾게 될 것 같은 그런 공간이었다. 

 

  여러 가지 각도로 해석할 수 있는 영화지만, 큰 틀에서 본다면 감독은 관객에게 선택지를 준다. 보트 위에서 표류하던 호랑이와 동물로 표현된 이야기를 믿을지, 주방장과 동양인, 어머니로 구성된 잔혹한 이야기를 믿을 것인지 관객은 선택의 문제에 부딪힌다. 그리고 파이는 끊임없이 스스로의 선택으로 인생의 풍랑 속에서 살아남기를 선택한다. 

 

  물은 폭풍우와 파도로 비상식량을 앗아가며 파이에게 선택을 강요하기도 하고, 파이가 굴복하고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잠들었을 때 파이를 무인도의 그늘 속으로 데려다주기도 한다. 마치 인생처럼. 인생의 풍랑 속에서 우리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고군분투하고 때로는 그저 풍랑에 몸을 맡기고 가다보니 뜻밖의 육지를 만나기도, 그 육지가 식충섬이라는 반전으로 차라리 풍랑 속으로 다시 길을 떠나게 되기도 한다. 파이라는 숫자가 무한한 것처럼 파이의 선택과 그로부터 비롯된 인생도 끝없이 펼쳐진다. 망망대해 속 홀로 떠 있는 보트에 이성과 본능을 상징하는 파이와 리처드 파커가 공존한다. 

 

  나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내게 주어진 선택지에 대하여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도 파이의 모험이 뜻깊게 다가온다. 나는 무슨 선택을 할까. 때로는 내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결국에는 내가 떠다니는 이 바다의 뜻에 따르게 될 것 같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무엇을 믿을지 아닐까.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의 실상이라는 말처럼, 끝없는 의심을 바탕으로 믿음을 선택하고 믿음은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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