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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록/일상 글쓰기

Run Run - 무병장수를 위한 달리기

by 홍차23 2020. 12. 12.

 

누군가와 만나는 것조차 꺼리게 되는 코로나 시대, 무병장수를 위해서는 뭘 해야 할까? 우선 2.5단계가 발령됨에 따라 모임을 최대한 자제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집에만 있다가는 몸이 다 굳어서 퇴화할 것만 같다. 그래서 친구와 함께 온라인 운동인증 모임, 무병장수를 결성했다. 룰은 간단하게 주3회 이상 운동하고 인증샷을 보내는 방식이다. ‘함께하기는 어렵지만, 꾸준히 운동은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된 무병장수 운동모임과 나의 러닝은 이제 2주차가 됐다. 

 

달리기 일과는 다음과 같다. 아침 6시반쯤 알람 소리에 눈을 뜬다. 운동복을 갈아입고 나간다. 손목 발목을 풀면서 운동장으로 걸어간다. 운동장에는 보통 2-3명 정도 앞서 오신 분들이 있다. 트랙 1바퀴를 걸으면서 몸을 푼다. 나이키런클럽 앱으로 기록을 시작하고, 11-12바퀴 정도를 달리면 3km 내외의 거리가 나온다. 조금 느리더라도 쉬지 않고 달린다. 달릴 때는 목표, 호흡 조절, 거리 유지 3가지만 생각한다.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 시점이 있다. 무아지경. 말그대로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 상태. 이 감각을 처음 만난 것은 고3때였다. 가족과 함께 마라톤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하루종일 입시 스트레스로 머릿속이 답답하다가도 저녁에 강변을 달릴 때면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는 것, 심지어 무겁게만 느껴지던 몸이 어느 시점에는 너무나 가볍게 느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내가 좋아서 달리기를 했던 것 같다. 후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책을 통해 그 감각이 ‘러너스 하이’로 불린다는 것을 알았다. 내 한계점이다 싶은 부분을 한 발짝 넘어서 달리다 보면 느껴지는 느낌. 

 

물론 나와의 약속인 달리기를 해냈다는 점에서 오는 성취감, 발전하는 기록을 통해 느껴지는 성취감도 크다. 1주차에는 10바퀴를 목표로 30분정도 뛰는 것을 목표로 했다. 2주차에는 3km를 최단시간으로 뛰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번주 키로당 최고기록은 6’09’’로, 꾸준히 달렸더니 6’40’’대였던 지난주의 기록보다 좋아졌다.

 

그 외에도 아침에 달리기를 하면 좋은 점이 많다. 우선 새벽공기가 상쾌하다. 달리다 지칠 때면 잠시 파란 하늘과 햇살을 들이마시는데, 마치 ‘This is a new day’, ‘오늘은 오늘의 태양이 뜨니까’ 같은 기분이 든다. 순정만화 주인공이 눈빛을 반짝거리면서 희망찬 대사를 하는 장면 속에 있는 그런 기분. 운동을 마친 뒤 샤워를 하면 피부가 보송보송해진게 느껴져서 좋다. 그리고 밥을 먹으면 정말 꿀맛이다. 벌써 하루를 성공한 기분으로 시작할 수 있다. 달리기를 한 날은 저녁에도 일찍 잠든다. 아침 달리기 습관이 전반적인 생활 리듬을 잡아주며,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건강해지는 선순환을 만든다.


  끝으로 달리기는 꾸준함의 근력을 기르기에 좋은 방식이다. 하루에 하나씩, 어제보다 나은 나를 향해서. 이번주에 했던 데일리 글짜기를 통해 글쓰기 근육을 키웠던 것처럼 달리기를 통해서도 목표를 향해 꾸준히 정진해야겠다는 마음을 하루 하루 다시 한 번 새기며 달린다. 아직은 샛병아리같은 초보러너지만 러닝이라는 습관, 꽤 마음에 든다. 좋은 계기가 되어준 우리의 무병장수 모임이 성공적으로 시즌1을 마무리하길 기원하며!

 

p.s. 후기

시즌1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이게 벌써 8-9월이라니! 올해는 정말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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